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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중 문화칼럼] 겨울밤의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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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가수 권오중 작성일21-01-2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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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가수 권오중한밤중에 갑자기 비상이 걸렸다. 자다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부 놀라 군복 을 부리나케 걸쳐 입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연병장으로 달려갔다. 밖은 영하 20도를 웃도는 강추위에다 바람까지 불어 더욱 춥게 느껴졌다. 자다 깨어났으니 오죽 추웠으랴.
   중대장이 단상에 오르더니 '너희 피를 봐야 오늘 밤 속 시원하겠다'라며 흡혈 귀 같은 말을 토해냈다. 가뜩이나 추운 데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니 사시나무 떨듯 몸이 덜덜 떨렸다. '오늘 밤 잘못하면 초상나겠구나!'라고 생각하니 이가 달달거렸다. 한참을 일장 연설하더니 부대 밖으로 우리를 끌고 갔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우리는 아무 말도 못하였다. 목을 맨 개 끌려가듯 어둠 속 어디론가 끌려갔다.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꽁꽁 얼어붙은 개울가에 당도하였다. 중대장은 그곳에 멈춰 서더니 팬티만 남 기고 옷을 모두 벗었다. 그리고 얼음판을 낮은 포복으로 한참을 기어갔다. 얼음 판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너희도 내가 하는 걸 똑똑히 봤지'라고 한 후 '나를 따르라'며 옷을 벗으라고 명령을 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잔뜩 겁먹은 얼굴로 1소대부터 옷을 벗기 시작하여 2소대, 3소대도 따라서 옷을 벗었다. 이 윽고 우리 본부소대 차례가 되었다. '아이고 이제 죽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옷을 벗으려는 찰나 '동작 그만!'이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옷을 다시 입으라고 한다. 그 소리에 구세주를 만난 듯 반가웠고, '후유 살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부대로 돌아오니 내무반이 천국같이 느껴졌다. 옷을 벗고 따스한 잠자리에 누 우니 추위와 공포에 떨어서인지 갑자기 피로가 엄습해왔다. '오늘 밤 십 년 감수 했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런 악몽과 같은 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며 잠에 빠져들었다. 그다음 날 중대장 전령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어젯밤의 악몽을 잊고 한참 웃었다. 우리가 얼음판을 떠나고 나서 중대장은 옷을 대충 걸쳐 입더니 '걸음아 나 살려라' 자기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가고, 중대장 전령은 나머지 옷을 들고 그 뒤를 부리나케 쫓아갔단다. 아마도 중대장이 술이 깨니까 갑자기 추위를 느끼고 우리에게 옷을 입으라고 명령하고는 급히 집으로 달려간 것이리라. 달밤에 체조하듯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어젯밤에 벌어졌다고 생각하며 모두 실소를 터트렸다.
   그날 밤 사건의 발단은 주번하사가 중대장 전화를 받고 주번사관을 깨워 전화 를 받으라고 했단다. 그러나 술 취한 중대장의 전화를 귀찮게 여긴 주번사관이 '잔다고 해'라고 주번하사에게 얘기하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단다. 그 까닭에 애 매한 중대원들에게 화가 미친 것이었다. 술 한잔 걸쳤겠다 주번사관이 전화를 안 받으니 화가 난 중대장이 중대로 쫓아와 비상을 걸었던 것이었다.      예로부터 훌륭한 장수 즉 명장(名將)에는 세 분류가 있다고 한다. 그 첫 번째 가 용장(勇將)이다. 싸움터에서 용맹한 장수를 말하며 관우, 장비 등이 이에 해 당한다고 한다. 그다음은 지장(智將)이라고 하며 지장은 전략으로 승부를 겨룬다. 제갈량과 조조가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최고의 장수는 덕장(德將) 이라고 하며 유비는 덕장이라고 한다. 그는 용장의 용맹도, 지장의 전략을 갖추지 못했지 만 덕이 있고 인을 갖추었기 때문에 능력보다는 그 인품을 보고 인재들이 모여들 었다고 한다.
   옛날 초나라의 문무백관이 동부인하고, 장왕도 아름다운 빈(嬪)과 함께 동석한 파티가 있었다. 파티 도중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촛불이 꺼져 캄캄해졌다. 그런데 그중에서 좀 불량한 장군이 빈의 얼굴이 예쁘니까 얼른 가서 부둥켜안고 입맞춤을 하려고 덤벼들었다. 빈이 깜짝 놀라 얼굴 모자 끈을 잡아당겨 끊어 버렸다. 그 장군이 물러가자 빈이 왕에게 말했다. "방금 어떤 자가 제게 무례한 짓을 하려기에 모자 끈을 떼었습니다. 불을 켜고 그를 잡아 당장 사형에 처해 주십시오." 그때 시녀들이 촛불을 가지고 들어오자 왕이 명령을 내렸다. "여러 문무백관은 일제히 모자 끈 하나씩을 떼어라"하고 명을 내리니 불이 밝혀지고 나서도 아무런 일이 없었다.
   그 뒤 장왕이 전쟁에서 패하여 장졸들이 모두 도망가고 혼자 사지에 헤매고 있을 때, 필기단마(匹騎單馬)로 죽음을 무릅쓰고 왕을 구출해 준 장수가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모자 끈을 떼었던 그 장군이었다.
   만약 그 중대장이 장왕과 같은 덕장의 자질이 있었더라면 그날 밤 그런 해프 닝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시인·가수 권오중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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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