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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숙현 사건 관계당국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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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북신문 작성일20-07-02 20:38 조회5,7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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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소속 트라이애슬론 선수였던 고 최숙현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우리나라 체육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난 인권문제가 곪을대로 곪았다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폭행과 욕설,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한 선수가 이미 4개월 전 주위에 손을 내밀었지만 아무도 그의 손을 잡아 주지 않았다. 모든 것을 체념한 최씨는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최씨는 감독과 또 다른 선수에게 오랫동안 폭력을 당했다. 그가 남긴 녹취록을 보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행위들이 담겨 있다. '**년', '*년' 등의 욕설은 기본이었고, 여러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에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무릎을 꿇고 사과도 했다. 하는 일도 있었다. 감독은 최숙현이 체중이 늘면 며칠씩 굶게 하는 가혹행위도 했다. 트라이애슬론은 체급경기가 아닌데도 말이다.
 
  최씨는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등에 자신이 당한 일을 통보했다. 지난해 정부가 쇼트트랙 선수의 성폭력 사건을 기화로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안을 발표했다. 성폭력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 가해자 분리(직무정지 등) 의무화, 비위 신고 시 처리기한 명시 등 가해자에 대한 징계 강화를 위해 관련 규정을 정비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은 수사를 받으면서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체육회는 이 사건을 최초 접수 받은 지난 4월8일 이후 조사에 들어갔다고 했지만 그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만약 발빠르게 움직였더라면 아까운 선수 한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체육회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었고, 신고자의 진술만으로 가해자라고 지목되는 사람들에 대한 징계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자격정지를 할 수 있는 주체는 경주시청이라고도 했다. 경주시청은 양쪽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중이어서 증거가 부족했다 변명했다. 그럼 도대체 누가 책임을 지란 말인가.
 
  경주시청은 이 사태를 방관한 책임을 통렬하게 져야 한다. 사후약방문으로 최씨가 세상을 버리고 나서야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에 착수한 것은 전형적인 늑장 행정이다.
 
  경주경찰서도 이 사건을 얼마나 꼼꼼하게 수사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사건을 두고 스포츠 인권을 위한 철저한 대책을 세우라고 특별지시를 한 것도 늦었다. 이미 유사한 사건은 곳곳에서 벌어졌다. 스포츠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국격을 해치는 치명적인 사건이다. 모든 관계자들이 깊이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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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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